"“저······ 양 한 마리를 그려줘!”
“뭐라고?”
“양 한 마리를 그려줘······”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기겁을 해서 후닥닥 일어섰다
눈을 막 비비고 사방을 잘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이상하게 생긴 조그만 사내아이가 나를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부탁이야······ 양을 한 마리 그려줘······”
너무도 충격적인 신기한 일을 당하면 누구나 거기에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
사람 사는 고장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죽음의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중에
참 엉뚱한 짓이라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 것은 지리, 역사, 산수, 문법이라는 생각이 나서
그 꼬마 친구에게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조금 기분이 나빠져서) 말했다
그는 대답했다.
“괜찮아. 양을 한 마리 그려줘”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조그맣거든, 내게는 양이 필요해, 양을 그려줘”
그래서 나는 양을 그렸다
그는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말했다
“안 돼! 이 양은 벌써 병이 들었는 걸, 다시 하나 그려줘”
나는 또 그렸다
내 친구는 너그러운 모습으로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봐······ 이건 양이 아니라 숫양이잖아, 뿔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또다시 그렸다
그러나 이것도 앞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거절을 당했다
“이건 너무 늙었어, 난 오래 살 수 있는 양을 갖고 싶어”
나는 모터를 서둘러 분해해야 했으므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여기 있는 이 그림을 되는 대로 끄적거려 놓고는 한마디 툭 던졌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안에 있어”
그러자 나의 어린 심판관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 걸 보고 나는 몹시 놀랐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양에게 풀을 많이 주어야 해?”
“왜 그런 걸 묻지?”
“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거든······”
“거기 있는 걸로 아마 충분할 거야, 네게 준 건 아주 작은 양이니까”
그는 고개를 숙여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그다지 작지도 않은걸, 어머! 잠들었네······”
이렇게 해서 나는 어린 왕자를 알게 되었다"
(: 생텍쥐페리 저, 전성자 역 의 어린 왕자 책 내용 발췌 편집입니다)
생텍쥐페리 의 어린왕자 Le Petit Prince는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이지요
두고 두고 묵혀 놓아도 다시 꺼내 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왕자 는 전자책으로는 감동이 덜 해서
꼭 종이책으로 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삽화는 어린왕자 이야기만큼 좋습니다
저자가 삽화를 직접 그려놓지 않았다면
노랑 더벅머리에 긴 목도리를 두른 어린왕자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동화책의 삽화는 이야기만큼 비중이 크군요
저는 누군가에게 책을 처음으로 선물하는 경우 대개 이 책으로 시작을 합니다
출판사마다 책의 느낌이 달라서 책을 고르는 재미도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대부분 어릴 때 읽기 시작하지만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면서 점점 더 이해하게 되는
어른을 위한 동화입니다
오늘 내 삶이 너무 탁해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면 어린왕자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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