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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분읽기/오분문학

[무소유]_법정_집착과 집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나는 지난해 여름까지 난초 두 분을 정성스레, 정말 정성을 다해 길렀었다

3년 전 거처를 지금의 다래헌으로 옮겨 왔을 때 어떤 스님이 우리 방으로 보내 준 것이다

혼자 사는 거처라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나하고 그애들뿐이었다

그애들을 위해 관계 서적을 구해다 읽었고

그애들의 건강을 위해 하이포넥스인가 하는 비료를 구해 오기도 했었다

여름철이면 서늘한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겨 주어야 했고

겨울에는 그 애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내리곤 했다

 

이런 정성을 일찍이 부모에게 바쳤더라면 아마 효자 소리를 듣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렇듯 애지중지 가꾼 보람으로

이른 봄이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연둣빛 꽃을 피워 나를 설레게 했고

잎은 초승달처럼 항시 청청했었다

우리 다래헌을 찾아온 사람마다 싱싱한 난초를 보고 한결같이 좋아라 했다

 

지난해 여름 장마가 갠 어느 날 봉선사로 운허노사를 뵈러 간 일이 있었다

한낮이 되자 장마에 갇혔던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앞 개울물 소리에 어울려 숲 속에서는 매미들이 있는 대로 목청을 돋구었다

 

아차! 이때서야 문득 생각이 난 것이다

난초를 뜰에 내놓은 채 온 것이다

모처럼 보인 찬란한 햇볕이 돌연 원망스러워졌다

뜨거운 햇볕에 늘어져 있을 난초 잎이 눈에 아른거려 더 지체할 수가 없었다

허둥지둥 그 길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잎은 축 늘어져 있었다

안타까워하며 샘물을 길어다 축여 주고 했더니 겨우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어딘지 생생한 기운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 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

이 집착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난을 가꾸면서는 산철에도 나그네 길을 떠나지 못한 채 꼼짝을 못했다

밖에 볼일이 있어 잠시 방을 비울 때면 환기가 되도록 들창문을 조금 열어놓아야 했고

분을 내놓은 채 나가다가 뒤미처 생각하고는 되돌아와 들여놓고 나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 지독한 집착이었다

 

(: 법정 스님 의 '무소유' 책 내용 발췌입니다)

 

 

 

무소유 법정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더 이상 서점에서 새 책으로는 구할 수가 없는 책입니다

 

하지만 법정 스님의 뜻대로 무소유 책 내용만큼은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저도 얼마 전까지는 마음이 적적하거나 속이 시끌벅적할 때마다

그 홈페이지를 방문해 간간이 읽곤 했었습니다

책을 무료로 공개하다니

그야말로 무소유 정신에 맞는 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읽을 때마다 속으로 감사하고 감탄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쉽게도 그 홈피에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무료로 읽지 못하게 차단이 되었습니다

알아보니 후원을 한 사람만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몇 년 동안 가끔씩이나마 마음의 위안을 주던 글을 찾을 수 없으니 아쉽습니다

책을 판매하면 구할 수라도 있을 텐데

구하지도 못하는 책을 읽지도 못하게 차단을 하니

저자인 법정 스님이 말해왔던 무소유와 맞는 처사인가 싶기도 하고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싶어

단념하자 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불자가 아니더라도 읽을 만한 책인 듯합니다

 

   여러분이 가끔씩이지만 계속해서 찾게 되는 책은 무슨 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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