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를 이해하다
어쩌다 그는
혈액형을 맹신하게 되었을까?
어쩌다 그녀는
커피에 약간의 소금을 넣어 마시는 취향을 갖게 되었을까?
어쩌다 그는
담뱃갑에마저 자기 이름을 써놓는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어쩌다 그녀는
줄무늬 스타킹에 줄무늬 치마, 줄무늬 스커트가
환상적인 매치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버릇, 어떤 취향, 어떤 성격은
그의, 그녀의
스토리를 듣는 순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놀부 이야기에
그가 놀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스토리가 덧붙여졌다면
그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았을지 모른다
이해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 : 김은주 저, 김재연 그림, '1cm 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 책 내용 발췌입니다)
시 같기도 하고 짧은 수필 같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일러스트를 덧보태지 않고 문학과 지성사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이 되었거나
신인 문학상 공모전으로 출판이 되었더라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유명세를 타고 있을 만한 작가입니다
문학이라는 건 세상적인 안목을 걸러내는 구실을 한다지만
요즘의 대중들은 신인작가상을 받는 작가들보다는
알음알음 소문으로 유명해지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위안을 얻는 적이 많습니다
대중 문학에 시간이 씌워지면 전통 문학이 되는 것이지
무슨 무슨 문학상이 문학작품을 만들어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놀부를 이해하다' 이야기는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의 다양함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오분산책_[1cm 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_김은주_A라는 남자에 관하여_생각하기를 위한 배움_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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